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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n

어릴적 재능.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얘기를 꽤 많이 들었다.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께서는 미대에 진학하라고 조언해주셨다. 나름의 재주를 전공으로 살리지 못 한 건 나 자신 때문이었다. 미래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군 생활을 하며 앞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좋아하고 잘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이 짧았던 건지, 용기가 있었던 건지, 생각이 짧아서 용감했던 건지) 직업 화가가 되겠다거나 디자이너가 되겠다거나 그런 생각은 없었다. 일단 해봐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단순해서 좋았다.)

군 전역 후 바로 그림을 배우러 개인 화실을 찾아갔다.

 

 

drawing

몰입과 인정.


휴학도 하고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앉아서 그림만 그렸다. 그러다 보니 정말 빨리 늘었고 화실 선생님께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림을 그리는 게 너무 즐거웠고 자신감도 붙었다. 몰입한다는 게 어떤 건지 머리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2년 정도 그렇게 배우고 나니 한계가 왔다. 아무리 그려도 실력이 잘 늘지 않았다. 나보다 늦게 시작해서 빨리 느는 사람도 보였다. 내가 피카소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2년이 걸렸다. 그림에 대한 재능과 흥미를 직업적으로 연결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만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회의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대충하고 넘어가면 나중에 후회가 남는다. 그러나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두하면 그것을 그만둘 때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나는 이게 ‘포기’와 ‘인정’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flightteacher

새로운 호기심.


2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그림’이 일단락됐으니 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그림 그리기는 그만뒀지만 화실 선생님과는 작가와 알바생의 관계로 인연을 이어갔다.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신다. 모래보다 조금 큰 돌을 캔버스에 깔고 수십 가지 색을 밑바탕에 깔아둔 후에 스케치를 시작하신다. 바로 그 일이 선생님께서 주문한 나의 일이었다.

선생님의 작품을 도와드리며 용돈을 벌었다. 자연스럽게 선생님과 대화도 많이 나눴는데 특히 배낭여행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려주셨다. 호기심 많은 나는 자연스럽게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매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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