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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오르그닷의 대표님께 문자가 왔다.
(1.오르그닷은 예전부터 알고 있던 회사였다. 2.SOPOONG 사무실에서 오르그닷의 대표님과 인사도 하고 잠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TABLE FOR TWO 인턴 기간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아마 일주일도 안됐던 것 같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며 느닷없이 한번 보자고 하셨다. 어떤 얘기를 하실 지 대충 예상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뵀다.

예상한 대로 함께 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부족한 나에게 제안을 주셔서 감사했지만 당시 나는 오르그닷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오르그닷이 추구하는 가치에도 공감을 느끼지 못했고 사업 내용과 제품에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대표님은 말씀을 참 잘 하셨다. 아직 초기 회사라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갈 게 많고 작은 회사라 주도적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고 설득하셨다. 가장 와 닿았던 얘기는 내가 창업을 생각한다면 PM을 많이 해봐야 하고 그런 기회가 회사 내에 많다고 말씀하셨다.

-오르그닷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거라는 점.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
-다양한 프로젝트의 PM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

오래 생각하지 않고 오르그닷에 출근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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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그닷 첫 출근


성격 탓인가, 인턴이 아닌 정직원으로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을 하는데도 설레거나 떨리지 않았다.
담담하게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음…뭐랄까…매우 어수선했다. 사무실 여기저기 원단이 너저분하게 널려있고 책상 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그런 가운데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그런 어수선함이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이런 게 벤처회사구나 싶었다. 이상하다고 느꼈던 점은 처음 출근했는데 직원분들과 인사하는 자리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학창시절에 했던 아르바이트도 처음 출근하면 다 인사를 시켜줬었는데 말이다.
눈치가 빠른 편이라 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조직 내에서 대표님은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쪽이었고 이사님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기존 사업을 운영 관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서로 사이가 안 좋아 보였다. 나는 대표님과 함께 일하는 쪽이었고 그런 내게 이사님과 함께 일하는 대다수의 직원분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건 당시 상황에서 자연스러웠다.

첫 회사에서 흔히 겪는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분위기나 상황보다는 내가 할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업무 시작


대표님은 일을 많이 벌리시는 타입이었다. 몇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내가 주도적으로 PM을 맡아서 진행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들을 전달받았다. 모두 초기 기획 상태였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초기에는 기획보다는 실무에 주로 투입됐다.?대표님이 큰 그림을 그렸고 나는 그 안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어내서 했다. 외부협력을 바탕으로 해야하는 일이 많아 주로 영업에 집중했다. 제안서를 만들고 직접 영업도 했다.?내용은 달랐지만 TABLE FOR TWO 인턴 때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일은 고됐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일이 진행되면서 업무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기획 업무도 일부 담당했고 외부 협력사 커뮤니케이션도 직접 하게 됐다.

정말 PM다운 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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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어린이 안전조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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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와 디자이너의 협력 제품 개발 프로젝트]

 

 

갈등과 변화


3달 정도 이렇게 일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몇몇 성과도 있었고 배우는 점도 많았다.
하지만 일은 더디게 진행됐고 내적으로 많이 혼란스러웠다.

크게 2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역량의 결핍
내 개인의 부족함을 떠나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의류회사’ 오르그닷의 역량이 필요했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오르그닷은 제품 생산의 역할을 담당했다.(다른 일도 많이 떠 안았지만…)?하지만 대표님은 실무에서 거리가 있었고 나는 옷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다른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내부에는 말 못할 갈등이 있었고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프로젝트에서 요구되는 일을 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둘째, 내적 갈등
나는 오르그닷 사무실에서 일했지만 다른 직원들과는 하는 일이 달랐다.
안타까운(?) 점은 대표님보다 다른 직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점이다. (대표님은 사무실에 잘 나오시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대표님과 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직원분들이 하는 일에 동참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오르그닷의 일원이라는 생각은 다른 직원분들과 일할 때 더 많이 들었다.

조직과 연대의 중요성을 이때 처음 느꼈던 것 같다.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걸 알고 있던 이사님은 함께 일하자고 권유하셨다.

곧 마음을 결정했고 대표님은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그렇게 오르그닷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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