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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동기들을 한 명 한 명 돌아보며.

By 2019년 7월 27일No Comments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 2년 과정을 졸업했다.
2년 동안 얻은 것이 참 많다. 그중에서도 나는 역시 사람이 가장 진한 기억으로 남는다. 2년 동안 동기들과 함께 비슷한 고민을 하며, 다투기도 하고 웃고 떠들기도 했던 추억들이 너무나 많다. 동기 한 명 한 명에 대한 인상을 기록해두면 좋을 것 같다.

김남희
항상 미소를 띄고 밝게 웃는 친구. 건조한 농담도 크게 받아 주는 마음씨 넓은 친구. 남희가 일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 투박하더라도 툭툭 그냥 치고 나가는 걸 보면서 디테일에 과도하게 신경쓰는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김미진
우리가 처음 입학했을 때 강의실에서 자기소개 발표를 하고 서로의 배경에 대해 간 보기 시작했을 때, 이미 나는 이 친구와 친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진이 덕에 2년 동안 정말 많이 웃고 떠들었다. 나를 많이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좋은 친구.

김성민
2년 동안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을 텐데 동갑내기 동기로서 곁에서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 앞으로는 뭐가 되었든 무슨 일을 하든 마음을 보다 환하게 갖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김정현
맏형, 정현이형. 인간적인 매력이 넘쳐흐르는 사람이다. 맏형인데도 불구하고 늘 자신을 낮추고 동생들이 편하게 행동할 수 있게 해줬다. 때문에 때로는 형한테 너무 불손하게 행동한 건 아닌가 반성했던 일도 적지 않았다.

김희대
동기 중에 가장 먼저 함께 식사를 했던 희대. 동갑내기 친구라 비슷한 고민을 항상 갖고 있었다. 현실적 고난이나 미래의 불안이 주된 공감대였다. 사람에 대한 감각이 매우 좋아서 어딜 가더라도 모나지 않게 살 수 있을 친구다.

문영현
정답고 부드럽고 때로는 바보같지만 냉철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친구. 너그러운 마음씨와 단단한 자기 확신이 참 매력적인 캐릭터다. 게다가 독특하게 갖고 있는 예술적 깊이감이 묘한 느낌이 드는 친구다. 동생이지만 영현이랑 대화하며 참 많이 배웠다.

문준철
넉살 좋은 준철이. 항상 나를 살갑게 받아줘서 짓궂은 농담을 많이 던졌어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은 마음씨 넓은 친구다. 갑자기 준철이가 보고 싶다.

박중현
항상 넘치는 에너지와 기운을 갖고 있는 중현이. 나는 중현이가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기관차같은 전형적인 스타일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미국에 함께 다녀오면서 중현이가 정말 성숙한 친구라는 걸 알게 됐다. 보기보다 마음속의 고민도 많고 속도 깊은 클라스가 다른 아이 아빠.

박형준
욕망과 집념으로 똘똘 뭉친 열혈 기업가 형준이. 늘 낙관적이고 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근면 성실한 태도를 지닌 친구다. 때로는 형준이가 가진 커다란 욕망과 집념을 보며 형준이가 혹시 인생에서 하나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지만 보기 보다 마음씨가 여리고 세심한 친구다. 함께 있으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전달해주는 좋은 동료다.

신효준
어떤 면에서는 나와 많이 닮았고, 어떤 면에서는 나와 많이 다른 효준이. 효준이랑은 깊은 얘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철학과 가치관, 사업과 인생, 사람과 관계, 끝을 알 수 없는 불가지론까지…다른 동기들은 또 시작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나는 그 시간이 너무 즐겁고 흥미로웠다. 주장과 신념이 강하면서도 상대방이 다칠까 봐 늘 한 발짝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효준이를 보면서 고개를 숙일 때가 많았다.

이미림
미림이랑은 2년을 거의 마감하는 시점부터 친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친해지기 전까지는 미림이가 대체 뭘 하면서 사는지가 궁금할 만큼 왕래가 적었다. 불현듯 사업 모델을 만들어오더니 누구보다 빨리 가고 있다. 미림이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좋은 말만 해줘서 고맙다.

임정택
보기만 해도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친구. 과연 내가 앞으로 살면서 이런 친구를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인생을 살면서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내가 정택이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특유의 어리버리함으로 완성되는 인간적 완결성 때문일 것이다.

전상현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동생 상현이. 처음 상현이를 봤을 때만 해도 나는 상현이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지 솔직히 알지 못했다. 상현이는 현실적인 장벽들이 자신에 대한 확신과 집념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작은 세계 안에 갇혀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준 멋진 동생이다.

전지은
지은이 누나랑 대화를 하면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둘 다 고집이 세고 자기 주장이 명확한 편이라 얘기를 하면 부딪힐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누나는…음..적합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는데 넓은 사람인 것 같다. 공감대가 넓은 것 같기도 하고. 배려심이 큰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주는 걸 극도로 꺼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정홍래
거칠고 투박하지만 정의롭고 따뜻한 홍래. 인생을 어떻게 살 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과 옳은 일이 무엇일지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늘 마음속에 담고 사는 건강한 동생이다. 2년 동안 티격태격하면서 많은 정을 쌓았고 덕분에 남긴 좋은 추억들이 많다. 너무 가까이 지내는 바람에 못난 모습도 많이 보여줬지만 그런 나를 항상 이해해주고 좋아해 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최재은
놀라울 정도로 어른스러운 막내. 우리 동기들 사이에서는 막내지만 맏이의 특성을 여실히 갖고 있는 친구다. 아마도 속에는 말하지 못할 어려움이 늘 있었겠지만 여간해서는 그것들을 드러내지 않는 어른스러운 동생.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그렇게 잘 관리하며 모든 주변인들에게 그렇게 잘 할 수 있는지. 나로서는 도통 알 길이 없다.

최정윤
천사 최정윤. 한없이 마음이 넓은 바다와 같은 친구. 나는 정윤이의 마음씨와 별개로 늘 정윤이가 머리가 상당히 좋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대단히 아줌마스럽다가 갑자기 눈빛이 변하면서 되게 똑똑한 얘기를 할 때가 있다. 그때 좀 멋있는데, 그런 모습이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정많고 사람냄새가 많이 나는 좋은 친구.

나는 2년동안 이 사람들과 어울리며 얼마나 내가 좁은 생각으로 삶을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이것만큼 인생에 중요한 교훈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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