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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행을 떠나며 소문난 독서가에게 빌린 책.
여행 중에 읽는 책은 그래도 소설이나 에세이가 좋겠지 하는 생각으로 책을 빌렸다.
표지는 과감하게 그녀가 버린 듯. 몰스킨 노트같네.

여행지에 대한 피상적인 관찰 혹은 감상을 전하는 책은 아니다.
화가, 시인, 탐험가, 철학가들을 안내자로 하여 자신의 여행에 대한 관념을 이야기한다.

나름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으로서 향수에 사로잡힌 부분이 많았다.
여행을 앞선 기대, 새로움에 대한 회의, 대자연에 대한 경탄, 문명의 지루함 등 여행을 하며 느꼈던 환희와 실망의 기억이 복잡하게 뒤섞이며 공감이 됐다. 책의 부분, 부분이 지나왔던 여행지를 떠올리게 했다.

“광할하게 트인 시골, 개발되지 않은 넓은 사막, 첩첩이 늘어선 거대한 산맥, 높은 바위와 절벽과 넓은 물” 앞에서 “기쁨을 주는 고요와 놀라움”을 느낀다.

-몽골의 고비사막과 네팔의 안나푸르나

시인은 도시가 생명을 파괴하는 여러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비난했다. 사회 위계에서 우리의 지위에 대한 불안, 다른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질투, 낯선 사람들의 눈앞에서 빛을 발하고 싶은 욕망, 워즈워스의 주장에 따르면, 도시 거주자들은 뚜렷한 관점이 없기 때문에 거리나 저녁 식탁에서 이야기되는 것에 귀를 곤두세운다고 한다. 그들은 먹고살기가 편해도 자신에게 진정으로 부족하지도 않고 또 자신의 행복을 좌우하지도 않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런 혼잡하고 불안한 곳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진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대다수의 대도시. 특히, 미국의 뉴욕

러스킨은 아름다움과 그 소유에 대한 관심을 통해 다섯가지 중심적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 아름다움은 심리적인 동시에 시각적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복잡한 요인들의 결과물이다. 둘때,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타고난 경향이 있다. 셋째,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에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다. 넷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을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대하여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하여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네팔의 포카라

화가는 단순히 재현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화가는 선택을 하고 강조를 한다. 화가는 그들이 그려낸 현실의 모습이 현실의 귀중한 특징들을 살려내고 있을 때에만 진정한 찬사를 받는다.

-프랑스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주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이지만 여행 이외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는 중간에는 내가 지금 여행 에세이를 읽고 있는 것이 맞나 싶기도 했다. 그만큼 인문학적인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책의 제목은 ‘여행의 기술’이지만 ‘인문학적 여행’이라고 작명을 했어도 무리가 없었을 것 같다.(촌스러운 작명이긴 하지만)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처음 읽었다.
피곤하게 사는 양반이 틀림없다. 그래서 좋았다.

누구나 각자의 여행 철학이 있다.
나는 텅 빈 머리, 순수한 눈, 여유로운 마음 + 약간의 진지함을 가지고 여행하려고 노력한다.(잘 되지는 않는다만…)

이 책이 나의 다음 여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실용적으로 접근해서 다음 여행에는 꼭 글과 그림을 남겨보고 싶다.
자, 그럼 이제부턴 텅 빈 머리, 순수한 눈, 여유로운 다음 + 약간의 진지함을 글과 그림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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