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열차타고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러시아의 모스크바까지.
—
울란바토르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탔다. 목적지 모스크바까지는 열차안에서 자고 먹고 장장 100시간.
내가 탄 북경부터 모스크바까지가는 시베리아 열차. 블라디보스톡발이랑 거의 비슷한 거리.
4인실.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크까지 함께 한 체코 친구.
체코 친구가 내리고는 독방 신세.
열차 밖은 침엽수립.
열차 안은 심심함과의 사투.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유럽에서 울란바토르로 온 마크라는 친구가 자기는 이제 필요없다며 건내 준 책. 모스크바에 도착하면 반대로 열차를 타는 누군가에게 다시 전달해달라는 쿨내가 진동했던 친구. (참,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시베리아라고 하는 듯. 원래 발음은 사이베리아)
가끔은 역에 정차해서 바람도 쐬지만.
대부분은 창밖보기.
누워서 멍때리기. 뽀글이 해먹기.
비밀요원이 나오는 영화의 추격씬에서 많이 본 것 같은 풍경.
시베리아 한복판에 뭔 재미로 사나…
열차안에서 얼마나 심심했으면 이런거나 찍고…
가만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말을 할 수 있게 된 이후로 누군가와 대화를 이렇게 오랫동안 안해본 적이 있었나?
잠을 자도 자도 낮인 백야와 묵언수행을 거치고 드디어 모스크바 역 도착. ?3명한테 길을 물었는데 쳐다도 안봐줌. Okay, I’m in Russia.
역시 어디에나 나쁜놈만 있는 건 아니더라. 헤메는 나를 보고 지하철표까지 끊어준 러시아 친절남. 고마워유 ㅠㅠ
모스크바 지하철. 우리나라랑 크게 다른 건 모르겠음. 그냥 좀 더 후짐.
모스크바 시내. 뭐랄까 선입견 때문인지 모르지만 활력이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음. 날씨 탓인가.
교통체증은 글로벌 이슈인듯.
울란바토르에서 챙긴 브로셔 한 장 가지고 찾아온 호스텔.
배낭여행은 역시 도미토리지.
붉은 광장 도착.
테트리스 성으로 유명한 성 바실리 성당. 생각보다 실제가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러시아를 대표할만한 건축물이 맞는 것 같다. 이반 대제가 몽고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설계를 명했는데 완공 후 너무 아름다워 다시는 이런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장님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한다. 그냥 못짓게만 하면되지. 것참…
레닌의 묘. 내부에는 레닌의 모형 시체가 관 속있는데 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포스가 느껴졌음.
반대편에 있는 굼백화점. 오랜 역사치고는 난 그냥 그렇던데. 하긴 뭐 백화점이 다 똑같지. 쩝쩝.
역사 박물관. 안들어가 봤으…
역사박물관 입구앞에 있는 동상.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찌군을 무찌른 장군이라던데. 자격 있네.
저기 서서 뒤로 동전을 던져서 특정 구역에 들어가면 뭐 행운이라는데…동전을 던지며 사진을 찍는 관광객과 관광객이 던진 동전을 줍는 현지인의 아름답지 않은 조화.
참전 무명 용사의 묘와 꺼지지 않는 불. 매우매우 엄숙한 분위기.
생각으로 세상의 반을 바꾼 사나이.
크렘린 궁 관광.
대통령 집무실이라기보단 푸틴 집무실.
크렘린 안은 왠만하면 공사중.
역사문화도 좋지만 난 그냥 앉아서 이런거 구경하는게 더 좋더라.
이런 거라던가.
빵하나 사다가 앉아서 사람들 구경.
라트비아로 가는 기차표 사러 가는 길에 다시 만난 교통체증. Hello, again.
별 대책도 없이 모스크바까지 왔으니 곤경에 처하는 게 당연하긴한데…잘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 좀 친절하게 도와주면 안되냐? 2번 퇴짜맞고 저기 청자켓입은 러시아 미녀가 도와줘서 겨우 표 샀음.
어디가서 남자들한테 도와달라고 하지마세요. 친절한 여성분들께 도움받으세요.
—
짜르,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 공산당, 아름다운 여성, 동양남=대접 못 받음, 추움, 보드카 정도가 내가 러시아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는데 너무 말초적으로 여행했는지 짧은 기간 동안 나의 선입견을 벗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 다음엔 톨스토이를 제대로 읽고 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