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금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동시에 3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도 충분한 돈을 목표한 시간까지 모으기가 불가능해보였다.
솔루션은 호주 용역서비스 수출로 외화벌이 ?6개월.
바로 퍼스로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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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캣백팩커스, 어떻게 저 숙소를 가게됐는지도 모르겠다. 정보도 없고 영어도 못하고 그냥 보이는대로 들어갔던 것 같다.
베드벅이 많고 악취가 심해서 몇 밤자고 바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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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을 구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돈도 별로 없어서 막막했지만 그냥 한 숨쉬고 있을 수는 없어서…
Finally, we got a job. 돼지도살장.
하루종일 컨베이어 벨트에 거꾸려 메달려 오는 돼지를 고기로 만드는 일.
기계 가위로 돼지 목을 절단하는 일. 돈혈과 돈변을 뒤집어쓰면서 청소하는 일. 불필요한 비계를 벗겨내는 일. 고기가 된 돼지를 트럭에 싣는 일. 등등 한마디로?무쟈게 빡쎄다.
공장 기숙사는 이런 느낌. 한국인이라고는 나와 내 친구 둘 뿐.
공장 주변에는 풀하고 돼지 밖에 없어서 많이 심심했다.
조셉먼트. 룸메이트였던 영국인 친구. 이 친구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
처음 만났을 때 이 친구는 내 친구와 나를 보고 자신은 한번도 아시아인하고 얘기를 해본 적도 없고 친구도 없다고 했다. 브리티쉬 프라이드가 대단한 앵글로 색슨이구나 했는데…실체는 참 만만한 친구였다. 수개월간 지내면서 영어도 많이 가르쳐주고 술도 많이 먹고 같이 놀기도 많이 놀고 정도 많이 나눴다. 호주에서 뜨겁게 헤어지고나서 영국에서도 다시 만났고 서울에서도 다시 만났다. ?아마 또 보게 될 듯.
세계 어딜가나 ㄸㄹㅇ는 있다.
샘.
친구와 나에게 각별히 잘해준 친구.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바베큐도 해주고 영화도 함께보고 좋았던 기억이 많다. 마음의 병이 있는 친구인데 친구와 내가 공장을 떠날때는 눈물까지 흘려줬던 좋은 친구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끼리 술 한잔이야 뭐 간간히.
퍼스 시내에 나가서 클럽도 간간히.
술취하면 다 똑같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중에 뭐가 좋냐고 300번은 물어보더라는…
서구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좋은 건 나이에 관계 없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점.
할 일이 별로 없다보면 감자탕같은 것도 만들어보게 된다.
김밥은 기본이고.
Princess Trevor.
닉네임은 공주, 온갖 저질스러운 이야기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아저씨. 항상 친구와 나를 보면 욕을 했고 우리도 함께 욕을 했다.
무슨 게임에나 등장하는 캐릭터같은 아저씬데 김밥먹고 좋댄다.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입은 드럽지만 정이 많은 아저씨.
공장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동료들과 여기저기서 drinking.
마지막 단체사진
그리고 목표초과달성.
부산물.
5개월을 미친듯이 일했으니 그래도 휴가는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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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나는 돈도 돈이지만 정말 열심히 일했고 고된 일이지만 즐기려고 노력했다.?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열정적으로 교감했다.
우리가 떠날 때 동료들이 우리에게 해줬던 일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정말 이 곳에서 피부색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인간적 교류를 하고 왔다고 확신한다.
돈 벌러 갔다가 돈도 벌고 돈으로 못사는 추억을 만들고 돌아왔다.
대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