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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는 가라

By 2023년 2월 13일2월 22nd, 2023No Comments

10년 정도 된 일이다.

회사에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을 맡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는 다른 일이었지만 회사에서 필요한 일이었고 싫은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열심히 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반경이 넓어졌다. 다른 브랜드의 디렉터나 거래처 MD를 만나는 일이 많아졌다. 그들은 정말 일에 열정적인 사람들이었고 왜 자신이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반면 그들은 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의아해했다. 좀 더 정확하게는 나는 이 일에 진정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사실이었다.

진정성과 확신이 부족한 사람은 어떻게든 티가 나기 마련이다. 나는 열심히 했지만 ‘가짜’였다. ‘진짜’와 어울리기도 힘들었고 ‘진짜’를 따라가기도 역부족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스스로 확신이 없는 영역에서는 일하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다.

창업을 한 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나는 참으로 안정감을 느꼈다. 사업은 언제나 어려웠지만 단 한순간도 내가 있지 말아야할 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누구보다 내 위치에 자신이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 일이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나는 이 생태계에서 ‘가짜’를 수도 없이 만났다. 수많은 유형의 가짜를 만났다. 언뜻 멋져보여서 들어왔다가 엉뚱한 짓만 하는 사람들은 눈빛만 봐도 티가 난다. 말 한마디만 섞어봐도 얄팍한 깊이가 느껴진다.

시장이 어렵다고 한다. 진짜는 시장이 어떻든 불평할 이유도 불안할 이유도 없다. 외부 변수에 의해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

반대로 가짜는 버티기 어려운 시간이 왔다.

가짜는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