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고 신영복 선생의 책은 처음이다.
세간에 알려진 그에 대한 편견 혹은 평가에 최대한 거리를 두고 책읽기를 시작했다.

우선 문체에 많이 놀랐다. 무서울 정도(?)로 정겹고 다정다감했다.
나는 감성적 책 읽기보다는 이성적 책 읽기에 익숙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따뜻함이 글 속에서 느껴졌다.

책의 내용은 신영복 선생이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감상과 고민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냈다.(그림 수준도 보통이 아니다.)
주로 각국의 역사에 대한 그의 해석 혹은 평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인간의 올바른 삶과 사회에 대해서 정말로 치열하게 고민한 분이라는 점이 책을 통해 느껴졌다.

책을 읽는 내내 고개가 숙여졌다.
나도 나름 학창시절에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너무나도 피상적이고 저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기 여행을 계획 중인 친구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여행을 위해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신영복 선생이 과거에 어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추구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분의 생각이 얼마나 현재 나에게, 우리에게 얼마나 유효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신영복 선생의 비판적인 생각이 많은 부분 나의 공감을 끌어냈다.
이 사회에, 이 시스템 속에 살아가면서 당연하다고 느꼈던 혹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논리들에 대해 진지한 의구심을 품어보게 되었다.

정보가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질수록 삶의 철학과 기준을 잡기는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시간이 될 때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꿈은 암흑을 요구하는 어둠의 언어입니다. 꿈이란 한 개를 보여줌으로써 수많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몽매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파리가 예술의 도시라는 명성을 누리는 것은 이처럼 언제나 기존의 관습과 관성을 일상적으로 뛰어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파리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자유의 반대는 구속이 아니라 타성이라는 사실입니다. 타성은 우리가 그것이 억압이나 구속이라는 사실을 꺠닫지 못하고 있을 뿐 그것은 견고한 무쇠 방입니다. 새로운 사고와 감성이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적인 존재로 윤회할 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사회를 만들고, 그 사회는 다시 다음 사회로 이어지는 사회적 윤회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존재’의 윤회가 아니라 ‘관계’의 윤회입니다. 자녀에게, 벗에게, 그리고 후인들에게 좀더 나은 자기가 계승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러한 모든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사회가 좀더 나은 세상으로 윤회되기를 원하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