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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그닷에서 동고동락했던 재준 님께서 퇴사하시고 베스킨라빈스를 오픈하셨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친구분과 동업을 고민 중이라고 하셨었는데,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신 것 같다.

생각 1.
사회학 석사 출신이신 재준 님은 내게 전공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었다. 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기타 좌파 지식인들에 관한 것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자본주의 시스템에 염세를 갖고 계셨던 분인데 아이러니하게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시게 되었다.
세상은 참 재미있다.

생각 2.
힘들지만 재준 님이 행복하게 하실 수 있으실 것 같아 보여서 마음이 좋았다. 진짜 친구는 잘 못 됐을 때 위로해줄 수 있는 친구가 아니라 잘 됐을때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친구라고 어떤 책에서 읽었다.
재준 님과는 나이차가 많이 나지만 정말로 잘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흐뭇했다.

생각 3.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가게’였던 베스킨라빈스가 성인이 되고 나니 ‘괜찮은 수익이 보장되는 투자 상품’으로 관점이 바뀌었다.
뵙고 여쭤본 것은 매출이 어떻게 나오니 임대료가 얼마니 알바는 시급은 얼마니 이런 것들뿐이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세상에 익숙해진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생각 4.
프랜차이즈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것처럼 프랜차이즈가 ‘나쁜 놈’이라서 가 아니라 내가 점주여도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제한적일 것 같아서이다.
내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왜냐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본질은 수익률이지 자아실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접근 방식부터 잘못됐었다.

생각 5.
한때 끝까지 함께 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이제 서로 다 각자의 길을 험난하게 걸어가게 되었구나. 나이 34세, 이제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돼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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