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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탄생과 발전의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단순한 사실 열거가 아닌 사례, 인터뷰를 적절히 배합하여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챕터별 후반부에는 각각의 주제가 깔끔하게 요약되어 있어서 내용을 정리하며 읽기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꽤 두꺼운 책인데도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시장경제는 인간의 역사에서 0.01퍼센트의 기간 동안만 존재했지만 현재 인간이 갖고 있는 부의 97퍼센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시장경제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었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익과 풍요의 대부분은 기업이 만들어낸 것이다.
자동차가 그렇고 전화가 그렇고 인터넷이 그렇다.

하지만 기업의 성공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부의 불평등, 노동착취, 환경파괴와 같은 것들이다.

그로인해 기업법, 노동법과 같은 규제가 만들어졌고
기업은 현재도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책 속에는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많았다.
미국의 슈퍼 기업가 록펠러와 카네기,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일본 기업, 가족 경영에서 전문 경영으로 변화한 배경 등등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큰 질문을 많이 던졌다.
특히 성장과 분배에서 그랬다.

성장의 측면에서 기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인간은 과거보다 더 잘 먹고 살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먹고사는 것 이상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 노동의 해방이나 지구 밖의 삶을 생각하는 기업가까지 출현했다.

다만 분배의 측면에서는 충분하지 못했다.
여전히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는 삶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노사분쟁, 정리해고, 파업은 사회에 만연한 이슈다.

이 지점에서 고민은 깊어진다.

사실 인간 역사에서 어떤 시스템도 분배에 완벽하지 못했다.
수렵 채질의 원시사회나 봉건사회에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갈등은 존재했다.

기업이 끝내 성장과 분배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항상 정치인들이 TV토론회에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갈 수 있는 일인지도 정말 모르겠다.

기업이 아니라 다른 경제 모델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문제는 아닐까?

내가 답을 낼 수 있는 수준의 주제는 아니지만 책 덕분에 잠깐이라도 생각해볼만한 기회를 갖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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